춘천마임축제가 돌아왔다. 지난달 28일 아수라장을 재개하며 4년 만에 완전체로 돌아온 축제의 귀환은 그동안의 갈증을 날리는 듯했다. 축제는 이제 하이라이트인 ‘불의도시; 도깨비난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해 도깨비난장에는 불을 활용한 해외 아티스트들이 다수 참여한다고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축제가 정점을 향해갈수록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도깨비난장이 열리는 장소다. 필자의 머릿속에 도깨비난장이 열리는 곳은 삼천동 수변공원이었다. 외부 소음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곳이라 축제장에 도착하기 전부터 즐거운 소음이 가득했다. 외딴곳이었지만 귀가 시간에 대한 스트레스는 크게 없었다. 밤늦게까지 적당히 즐기다 나와도 항상 대기하는 택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선 세대들은 고슴도치섬으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마임축제는 축제 10주년을 맞은 1998년 도깨비난장을 시작하며 위도를 축제의 섬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도깨비난장’ 하면 떠오르는 장소는 사라졌다.
축제 장소를 찾기 위한 마임축제의 유랑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8년간 축제를 열어온 고슴도치섬의 개발로 이용이 어려워지자 마임축제는 축제 개최지 선정을 위한 시민 설문 조사까지 벌였다. 1000여명이 참여한 조사 결과, 삼천동 공지천과 수변공원, 어린이회관을 연계하자는 의견이 대다수였고 캠프페이지, 중도 등의 의견도 나왔다. 마임축제 사무국은 시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공지천 일대를 새로운 마임지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에도 개최지 선정 문제는 늘 논란의 중심이 됐다. 2013년에는 캠프페이지에서 개최하고자 했으나 주민 소음, 시설 활용 등의 문제로 남이섬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남이섬 개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들이 나오면서 어린이회관으로 최종 결정됐다. 정서적으로 남이섬은 가평에 가까워서 지역 자원을 가평에 빼앗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2011년에는 중도 개최를 고려했지만, 개막 직전에 무산되기도 했다.
축제 30주년을 맞은 2019년에는 또다시 송암레포츠타운으로 장소를 옮겨야 했다. 2015년부터 4년간 수변공원에서 열었으나 협소한 공간과 편의시설 부족 등으로 환경 조성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지나 2022년에는 삼악산케이블카 주차장으로 또다시 자리를 옮겼다. 당시 행사 준비를 앞둔 시점에 장기 주차 차량이 이동하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다.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같은 장소에서 열리지만, 내년에는 또 새로운 장소를 찾아야 하는 신세다. 세계적인 축제는 물론 전국적으로도 지역 대표 축제가 개최 장소 없이 떠도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마임축제 사무국은 축제 개최지를 선정하기 위해 3~4개월을 장소 물색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장소가 먼저 정해져야 콘셉트와 주제를 정하고 이에 맞는 아티스트를 초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규모의 축제들이 한 계단씩 성장하고 있을 때 마임축제는 늘 제로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관객 이동 동선과 공연 무대, 지자체와의 협조까지 소모적인 업무에 1년의 절반 가까이 소비하는 셈이다.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없고 관광객의 심리적 접근성이 멀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이렇게 지역 대표 축제가 수년간 떠돌이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춘천시는 여전히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시장과의 면담이나 5년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호소에도 큰 변화는 없었던 모양이다. 이들의 잇단 유랑은 춘천시 입장에서도 굉장한 손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지난해 마임축제의 직접 경제효과는 12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 기준 축제 방문객의 1인 소비지출액은 12만2722원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전국 축제 가운데 전체 2위를 기록했다. 지역에 돈이 되는 축제라는 의미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춘천마임축제가 꼭 춘천에서 열려야만 하는 당위성은 없다. 만일 다른 지자체에서 안정적인 개최지와 예산을 지원해준다면 축제가 이를 마다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붕어섬에서 열리는 화천마임축제여도, 한반도섬에서 열리는 양구마임축제여도 축제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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